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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세2026.08.13· 신용욱 세무사

결혼 전에 빌려준 돈, 혼인신고 하고 탕감해줬어요. 신고할 게 있나요?

결혼을 앞둔 두 분이 계셨습니다. 아직 혼인신고 전, 남자분이 여자분에게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길래 이자 없이 두 번에 걸쳐 빌려줬습니다. 8월에 9천만 원, 10월에 1억 3천만 원. 차용증도, 이자 약정도 없었습니다. "어차피 결혼할 사인데 뭘" 하는 마음이었죠.

이듬해 9월,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빌려줬던 돈을 "그냥 안 받기로" 했습니다. 채무면제였죠.

여기까지 들으면 "부부 사이에 돈 좀 주고받은 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세법은 이 짧은 이야기 안에서 세 가지를 따로따로 봅니다.

첫 번째, "무이자로 빌려준 것" 자체가 증여입니다.

무이자로 큰돈을 빌려주면, 정상적으로 받았어야 할 이자(연 4.6%)만큼을 증여받은 것으로 봅니다. 다만 그 금액이 연 1천만 원이 안 되면 신고 대상이 아닙니다. 8월에 빌려준 9천만 원만 보면 이자상당액이 414만 원으로 기준에 한참 못 미칩니다. "그럼 신고 안 해도 되겠네" 싶은 순간, 10월에 1억 3천만 원을 추가로 빌려준 게 문제가 됩니다. 1년 안에 여러 번 나눠 빌려주면 금액을 합쳐서 계산하기 때문에, 두 번째 대여가 실행된 순간 합계 2억 2천만 원에 대한 이자상당액 1,012만 원이 한번에 증여로 잡히고, 기준금액(1천만 원)을 겨우 12만 원 넘기면서 신고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그 증여일은 두 번째 대여일이 됩니다.

두 번째, "빌려준 돈을 탕감해준 것"도 별개의 증여입니다.

대출과 탕감은 조문 자체가 다릅니다. 탕감 시점엔 이미 혼인신고를 마친 뒤라 배우자니까 6억 원까지는 세금이 없습니다. 원금 2억 2천만 원이면 배우자공제 안에 넉넉히 들어오니 "이번엔 진짜 세금 없겠다" 싶으실 텐데, 여기서 세 번째를 짚어야 합니다.

세 번째, 혼인 전에 낸 신고도 이번 계산에 다시 소환됩니다.

증여세는 10년 안에 같은 사람에게 받은 걸 다 합쳐서 계산합니다. 결혼 전에 이미 신고했던 이자상당액 증여(1,012만 원)도 이번 탕감액에 합쳐져 총 2억 3,012만 원으로 재계산됩니다. "결혼 전 증여니까 상관없겠지"는 통하지 않습니다. 같은 사람에게 받은 거라면 나중에 배우자로 관계가 바뀌어도 합산 대상입니다. 다행히 이번 사례는 합친 금액도 6억 원 이내라 추가로 낼 세금은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꼭 짚어야 할 게 있습니다. 세금이 0원이어도 신고 의무는 그대로 남습니다. "낼 세금이 없으니 신고 안 해도 되겠지"라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국세청이 들여다보면 무신고가산세부터 붙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신고를 안 해두면, 나중에 이 부부가 재산을 더 주고받을 때마다 "10년 전 그 증여, 신고는 했었나요?"라는 질문이 계속 따라다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대여와 결혼, 탕감이 이렇게 짧은 기간 안에 줄줄이 이어지면, 국세청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증여할 생각이었는데 대여인 척한 것 아니냐"고 볼 여지가 생깁니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대여 당시 차용증을 남기고, 두 건의 증여를 각각 성실하게 신고해두는 것이 "이건 진짜 대여였다"를 입증하는 가장 좋은 방어가 됩니다.

비슷한 상황—결혼 전후로 목돈이 오간 경우—이시라면, 신고기한을 넘기기 전에 한 번 점검받아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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