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줬으니 끝난 줄 알았는데, 퇴직공제부금이 원청으로 돌아옵니다
하도급 계약서에 "퇴직공제부금은 을이 부담한다"고 적어두셨나요?
그 한 줄만 믿고 계셨다면 확인하실 게 있습니다. 하청이 부금을 안 내고 넘어가면, 공제회는 원청에 연락합니다. 계약서에 뭐라고 썼든 상관없이요.
실제로 하도급 업체가 문을 닫은 뒤 원청이 몇천만 원을 대신 무는 일이 생깁니다. 왜 그런지, 어디까지가 원청 몫인지 정리해 드릴게요.
퇴직공제의 사업주는 원래 원청입니다
출발점부터 짚어 볼게요.
공사가 여러 차례 도급으로 진행되면 퇴직공제 가입자는 원수급인입니다.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제1항이 그렇게 정해 뒀어요. 하도급을 몇 단계로 나눴든 기본값은 원청입니다.
여기서 많이들 오해하십니다. 하도급 계약서에 "을이 낸다"고 적는 것만으로는 사업주가 바뀌지 않습니다. 그 문구는 원청과 하청 사이의 약속일 뿐입니다. 공제회에 낼 의무는 그대로 원청에 남습니다.
하청으로 넘기려면 네 가지를 다 갖춰야 합니다
하수급인을 사업주로 만드는 길이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요건이 네 가지인데 하나라도 빠지면 승인이 나지 않습니다.
- 하수급인이 건설사업자·전기공사업자·정보통신공사업자·소방시설공사업자·국가유산수리업자 중 하나일 것
- 그 하도급공사 금액이 10억 원 이상일 것
- 원수급인과 하수급인 사이에 공제부금 납부에 관한 사항을 하도급계약서에 밝힐 것
- 퇴직공제 가입에 드는 금액을 하도급금액 산출명세서에 밝힐 것
이 네 가지를 갖춘 뒤 원수급인이 직접 신청해 공제회의 승인까지 받아야 합니다.
⚠️ 10억 원 기준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도급 금액이 10억 원 미만이면 애초에 승인 대상이 아닙니다. 계약서에 아무리 꼼꼼하게 써두셔도, 산출명세서를 잘 만들어두셔도 마찬가지예요. 소규모 하도급은 하청이 부금을 실제로 납부했든 아니든 공제회에 지는 책임이 처음부터 끝까지 원청에 있습니다.
넘겼어도 원청으로 돌아오는 세 가지 경우
승인까지 제대로 받아 하수급인이 사업주가 됐다고 해 볼게요. 그래도 다음 세 가지 상황에서는 도급인이 대신 내야 합니다. 같은 법 제13조의2가 정한 납부 특례입니다.
첫째, 도급인이 직접 내기로 서면 합의하고 공제회에 통보한 경우. 이건 스스로 선택한 경우라 예상 밖의 일은 아니죠.
둘째, 사업주가 파산 등의 사유로 낼 수 없게 된 경우. 실무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파산 등이란 파산선고, 회생절차개시결정,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른 공동관리절차 개시 의결, 고용노동부장관이 납부가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 하청이 그냥 문을 닫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여기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위 네 가지 중 하나에 들어가야 합니다. 조용히 폐업한 경우라면 마지막 항목(고용노동부장관 인정)에 걸리는지를 따로 살펴봐야 합니다.
셋째, 도급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산출명세서에 밝힌 가입 비용을 사업주에게 지급하지 않은 경우. 이때는 사업주가 공제회에 그 사실을 알리면 됩니다. 원청이 돈을 쥐고 안 내려보냈다면 그 돈은 원청이 공제회에 직접 내야 합니다.
둘째 경우에는 한도가 있습니다
여기서 실무상 중요한 차이가 하나 생깁니다.
하청이 파산한 두 번째 경우, 도급인이 낼 금액은 산출명세서에 밝힌 가입 비용 중 아직 하청에 지급하지 않은 금액까지입니다. 이미 하청에 내려보낸 돈을 다시 물어낼 일은 없습니다.
💡 기성금을 지급할 때 퇴직공제부금 납부 내역을 함께 확인해두세요. 산출명세서에 계상된 금액을 하청에 지급했다는 사실이 남아 있으면, 나중에 하청이 문을 닫아도 원청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반대로 확인 없이 계속 내려보내기만 했다면, 부금은 부금대로 미납이고 돈은 돈대로 나간 상태가 됩니다.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아보면
숫자로 보면 체감이 다릅니다.
2026년 4월 1일부터 공제부금 일액은 1일 8,700원입니다. 종전 6,500원에서 올랐어요.
하도급 15억 원짜리 공사에 일평균 20명이 6개월간(가동일 125일 기준) 투입됐다고 가정해 볼게요.
- 연인원: 20명 × 125일 = 2,500공수
- 공제부금: 2,500공수 × 8,700원 = 2,175만 원
하청이 이 금액을 한 푼도 신고·납부하지 않은 채 파산선고를 받았다면, 원청은 위 둘째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러면 산출명세서에 계상해두고 아직 하청에 지급하지 않은 금액만큼을 원청이 대신 내게 됩니다. 현장 한 곳에서 나오는 금액입니다.
언제까지 내야 하나요
공제회가 도급인에게 납부 의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리면, 그때부터 기한이 돌아갑니다.
- 원칙은 사업주가 부금을 내야 하는 달의 다음 달 10일까지입니다.
- 다만 처음 내는 부금만큼은 통보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내도 됩니다.
처음 한 번은 여유를 주지만 그다음부터는 원청이 매달 직접 챙겨야 합니다. 하청 일이라고 미뤄두면 연체가 쌓입니다.
결론
- 퇴직공제 사업주의 기본값은 원수급인입니다. 하도급 계약서에 "을이 부담한다"고 적는 것만으로는 바뀌지 않습니다.
- 하수급인에게 넘기려면 업종·하도급 10억 원 이상·계약서 명시·산출명세서 명시 네 가지를 모두 갖추고 공제회 승인까지 받아야 합니다. 10억 원 미만 하도급은 아예 대상이 아닙니다.
- 승인을 받았더라도 서면 합의, 하청의 파산 등, 원청의 비용 미지급 세 경우에는 도급인이 대신 냅니다.
- 하청 파산의 경우 원청 부담은 산출명세서상 가입 비용 중 아직 지급하지 않은 금액까지입니다. 기성금 지급 내역과 부금 납부 내역을 함께 남겨두시면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 대납 의무가 생기면 다음 달 10일까지, 첫 회분은 통보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입니다.
하도급을 준 현장이 있다면 지금 두 가지만 확인해 보세요. 하도급 금액이 10억 원을 넘는지, 공제회 승인을 실제로 받아뒀는지입니다. 이 두 가지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면 그 현장의 부금은 여전히 원청 책임입니다.
진행 중인 현장의 부금 부담이 어디까지인지 애매하시면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계약 구조와 산출명세서를 함께 보면 정리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근거 법령
-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제1항 (2022.2.18. 시행) — 원수급인이 사업주, 공제회 승인 시 하수급인이 사업주
-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의3제1항·제2항 (2022.2.18. 시행) — 산출명세서에 가입 비용 명시 의무
-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의2제1항 (2022.2.18. 시행) — 도급인의 공제부금 납부 특례 3가지
-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조 (2025.10.1. 시행) — 공제회 승인기준 4가지
-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의3 (2025.10.1. 시행) — 파산 등의 범위, 통보 의무, 납부 기한
(2026-09-21 국가법령정보센터 API 조회)
